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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27 14:42

9월의 월간지 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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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님, 큰일 날 뻔하셨습니다


결혼을 하기 위하여 상담을 하러 온 젊은 자매님이 있었습니다.

자매님은 여고시절부터 줄곧 알고 지내던 남학생이 있었습니다.

멀리 있으면 그립고 만나면 반가운 친구 사이였습니다.

그런데 이성간의 만남은 당연히 친구 이상으로 진행되듯이

그들의 만남도 친구 관계를 넘어서 서로 사랑하는 관계로 발전되었습니다.


정열이 넘쳐흐르는 젊은 남녀,

그들은 사랑의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고 말았습니다.

처녀의 뱃속에는 아이가 자라고 있었고 그 사실을 남자친구에게 알리자

󰡐우리가 언제 사랑했었느냐?󰡑는 무심한 말만 남기고 영영 떠나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천만다행인 것은 아이를 낳아 기르겠다는 생각에

처녀의 몸으로 아이를 낳아서,

부모님과의 말 못할 어려움과

친구들이나 동네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극복하고

아이를 기르면서 묵묵히 살아왔습니다.


잘못 생각했었더라면 큰일 날 뻔했던 아이.

그러나 지금은 예쁘고 귀여운 다섯 살배기 아이로서

엄마는 물론이고 할아버지 할머니에게도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를 낳은 처녀의 과거를 모두 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

청혼을 해온 요셉같이 믿음직한 남자가 생겼으니

이제 그 남자와 결혼하여 떳떳하게 살겠다는 말이었습니다.


이런 사연을 듣고 이천여 년 전

마리아라는 처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이를 갖게 된 동기는 달랐지만 말 못할 사연을 털어놓은 자매님과

말 못할 입장에 처했을 처녀 마리아를 생각해보았습니다.


󰡐매년 수백만 명의 소녀들이 혼외임신을 하는 오늘날에는

마리아가 처한 어려움 정도야 대수롭지 않게 생각되겠지만

혼외임신을 한 여자는 돌에 맞아 죽어도 할 말이 없었던

당시의 율법을 생각할 때 그래도 모든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인

의로운 요셉이 곁에 있지 않았더라면

마리아는 그 어려움을 과연 어떻게 견디어냈겠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녀의 몸으로 임신을 한 마리아는

동네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이기지 못해서 그랬는지,

아니면 자기의 처지를 누구보다도 이해해줄 것 같아서 그랬는지

사촌언니 엘리사벳을 찾아가 자초지종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본래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자인데다가

아이를 갖지 못할 만큼 늙어버린 엘리사벳은

하느님의 도움으로 아이를 갖게 된 여자로서

누구보다도 마리아를 믿어주고 기쁨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그러나 엘리사벳은 아기를 갖게 되어

온 동네 사람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받았지만

처녀였던 마리아는 혹시 수치를 당하지나 않을까 두려워서

하느님의 은총을 가슴속에 묻어두고 살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몇 개월이 지나서 엘리사벳에게서 요한이라는 아이가 탄생되었습니다.

산파들이 분주하게 움직였고 친척들이 몰려왔으며

온 동네 사람들은 노래를 부르며 갓난아이의 탄생을 축하했습니다.


그로부터 육 개월 후에 처녀 마리아에게서 아기예수님이 태어나셨습니다.

그런데 그곳에는 산파도 없었고 친척들도 찾아오지 않았으며,

마을 사람들이 몰려와서 축하 노래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태어나기까지 요셉과 마리아의 인간적인 갈등도 아주 많았습니다.

처녀 마리아는 자기 뱃속에서 아기의 발길질을 느낄 때마다

󰡒마리아야,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라고 하는

천사의 말을 수없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요셉 역시 마리아의 불러가는 배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동네 사람들을 생각할 때마다

󰡒요셉아, 두려워하지 말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여라.󰡓라는

천사의 말을 수없이 되새겨보았습니다.  


예수님의 조부모, 󰡐요아킴과 안나의 마음은 또 어떠하셨을까󰡑

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혼외임신이 된 어린 딸을 못된 계집애라고 내쫓듯이 야단을 치다가,

막상 태어난 손자를 보고서는 그동안 미워했던 감정을 모두 접어두고

귀여운 손자를 사랑으로 얼싸안았습니다.

산부인과 병원들이 많은 요즘, 가족의 명예와 처녀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아기예수님이 출생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합니다.

가난한 집안에서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는 아이를 가진 마리아는

분명히 낙태수술을 받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자기 뱃속에 있는 아이가

성령으로 말미암아 잉태된 아이라고 말한다면

대부분의 부모들은 머리가 돌아버린 딸을

정신병원으로 데리고 가서 치료를 받게 할 것이고

그런 딸의 뱃속에 든 아이는 더욱더 살아나기 어려울 것이며  

책임은 지지 않고 쾌락만을 즐기려는 사회풍조와 부모들의 이기주의 때문에

아기예수님의 탄생은 정말 기대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낙태할 생각이 전혀 없었던 처녀 마리아는

요즘 처녀들과는 완전히 다른 결심을 합니다.

마리아는 가브리엘 천사가 전해준 아기 잉태의 소식을 듣고

이렇게 대답합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


주님, 주님께서 요즘 같은 처녀의 몸을 빌려 태어나시려고 하셨으면

정말 큰일 날 뻔하셨습니다.

그러나 주님, 주님께서 하시는 일은 불가능한 일이 없습니다.

주님, 주님의 섭리는 한없이 신비롭고 놀랍습니다.


_광주 Se. 담당사제
김양회․요한보스코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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