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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01 17:23

8월의 월간지 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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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일기

2007년 6월 10일 주일
오늘은 미사를 드리면서 왜 그렇게 많은 분심이 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미사를 드리면서 왜 그렇게 마음이 무거웠는지 모르겠습니다.

저의 위선적인 생활 때문에 부끄럽고 합당하지 않은 미사를 드리는 것 같아

미사를 끝낼 때까지 분심 속에 있었습니다.

며칠 전부터 준비한 강론도 신자들 마음에 다가가지 않고

허공을 향해 소리치는 시끄러운 꽹과리 소리 같았습니다.




한없이 내어주시는 주님! 그런데 저는 한없이 움켜쥐고만 살면서

성체를 받아 모시는데 제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끝까지 낮추시는 주님! 그런데 저는 끝까지 드러내고만 살면서

성혈을 받아 모시는데 마음이 떳떳하지 않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먹어라󰡓며 당신 몸을 내어주신 주님!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 마셔라󰡓 하고 당신 생명을 내어주신 주님!

그러면서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당부하신 주님!

주님께서 내어주신 것처럼 저는 내어주지 않고 주님을 생각하려고 했으니

오늘 강론은 시끄러운 꽹과리 소리였습니다.

주님! 주님께서 사랑하신 것처럼 저는 사랑하지 않고

입으로만 주님을 사랑하려고 했으니 오늘도 부끄러운 하루였습니다.

그리고 주님께서 행하셨던 것처럼 저는 행하지도 않고

전례로만 주님을 기억하려고 했으니 오늘 미사는 겉치레 예식이었습니다.

주님! 주님의 몸을 합당하게 모시기 위하여

저로 하여금 이웃과 나누는 삶을 살도록 도와주십시오.

가진 것을 나누고 아는 것을 나누고 주님을 그리워하는 마음과

주님을 사랑하는 마음을 나눌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주님! 주님께서 세우신 미사성제를 분심 없이 합당하게 드릴  수 있도록

저로 하여금 내어주는 삶을 살도록 이끌어주십시오.

시간을 내어주고 정성을 내어주고 저의 아침과 저녁,

저의 전 생애를 내어줄 수 있도록, 주님! 저를 이끌어주십시오.




2007년 6월 12일 화요일

걸었습니다. 주님! 쉬지 않고 걸었습니다.

사제관에 앉아있다는 것 자체가 마음을 무겁게 하여서

오늘은 산길을 걸었습니다.

오늘은 어떤 일을 해야 하고 내일은 또 어떤 일을 해야 하며

다음 주간을 위하여 준비해야 할 것들은 이런저런 것들이라는 걱정과 염려가

무거운 짐이 되어 오늘은 모든 것 떨쳐버리고자 길을 걸었습니다.




사제는 기능인이 아니라 존재인이어야 하는데,

사제는 하느님의 일을 하는 사람이기 전에 하느님의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주님! 저는 아직까지도 직무라는 짐에 짓눌려

자유를 잃어버리고 살아왔습니다.

주님! 오늘은 그래서 걸었습니다. 걷고 또 걸으면 거벼워지는 것을,

걷고 또 걸으면 자유스러워지는 것을, 걷고 걸으면 옹졸했던 마음이 너그러워지고

뒤엉킨 관계들이 실타래 풀리듯 풀릴 것 같아서 오늘은 걷고 또 걸었습니다.




주님! 잊고 살았습니다. 주님께서 가신 길을 걸어가는 순례자임을 잊어버리고

그렇게도 집착하면서 살아왔습니다.

주님! 두 손을 쥐고만 살았습니다. 세상 모든 것이 내 것인 양 움켜쥐고서

끝까지 두 손을 펴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그동안 쌓아 왔던 명예도 언젠가는 내려놓고 가야 하고

그동안 모아 왔던 재물도 언젠가는 물려주고 가야 하며

그동안 움켜쥐고 있던 직책과 직무도 언젠가는 모두 다 놓아두고

길 떠나는 순례자임을 망각하고 그렇게도 무겁게 짊어지고 살아왔습니다.




가벼운 발걸음을 위해서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아야 하고

잘 걷기 위해서는 필요 없는 짐을 처음부터 챙기지도 말아야 함을 알면서도

이웃이 잘되면 시샘의 짐보따리를 싸 짊어지고

이웃이 똑똑하게 보이면 질투의 짐보따리를 또 하나 싸 짊어지는

그렇게도 바보처럼, 그렇게도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왔습니다.




길이신 주님!  주님께서 가신 길, 이제 저도 그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제 손을 잡아주십시오.

진리이신 주님! 주님께로 가는 길, 저도 그곳을 향할 수 있도록

제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십시오.  

주님! 걷게 해주십시오. 앉아있지 않고 일어나 걷게 해주십시오.

내일도 그리고 또 다음날도 일어나 걷게 해주십시오.




2007년 6월 16일 토요일  

사람들이 줄을 지어 서있었습니다.

자기 잘못과 죄를 고백하려고 서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줄을 지어 서있었습니다.

자기 잘못과 죄를 용서받으려고 서있었습니다.

고해소 앞에 서있던 사람들은

󰡐내가 잘했다󰡑는 표정을 하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고해소 앞에 서있던 사람들은 󰡐너 때문󰡑이라고

이웃에게 탓을 돌리는 표정을 하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고해소 앞에 서있던 사람들은

󰡐잘못은 모두 다 제 탓입니다󰡑라고 고백하려는 솔직한 사람들이요

󰡐주님, 제가 죄를 지었습니다.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

라고 용서를 청하는 용기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자기 잘못을 뉘우치고 하느님께 자비를 구하는 겸손한 사람은

이웃의 잘못도 너그럽게 용서할 줄 아는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입니다.

자기의 잘못된 과거를 씻어버리고 새로운 마음으로 기쁘게 살려고

고해성사를 받는 사람들은 깨어있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아무런 잘못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하느님의 자비를 구하는 사람입니다.




주님! 저로 하여금 바리사이처럼 이런 기도를 드리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주님! 저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욕심이 많거나 부정직하지 않습니다.

저는 주일미사에 빠지지 않았고 교무금 내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으며

아침 저녁 기도도 날마다 빠지지 않고 드렸습니다.󰡓




주님! 이제 저로 하여금 하늘을 우러러보지 못하고 가슴을 치는

세리처럼 이런 기도를 드리게 해주십시오.

󰡒주님! 저는 교만하게도 그동안 완전한 사람처럼 살았습니다.

이웃 앞에서는 흠 없고 티 없는 사람처럼 살아온 저는 분명히 위선자입니다.

주님! 저는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지도 않았고

오히려 그들을 외면해 왔었습니다.

이렇게 저는 제 자신만을 위하여 살아온 죄인입니다.

주님! 죄 많은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

그리고 주님! 저의 차가운 마음에 사랑의 불을 놓아주십시오. 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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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회․요한보스코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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