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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21 17:34

4월의 훈화(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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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우리 성당에서 5-60미터쯤 떨어진 곳에

자그마한 개신교회 건물이 있었습니다.

떨어져 있는 거리는 그쯤 되는데 성당 마당에 서서 바라보면

아주 가까이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몇 개월 전부터 작은 건물을 철거하고

새 건물을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철거할 때 소음이며 터 파기와 다른 작업들을 하는 동안

들려오는 소음을 참아야 하는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그곳에 다니는 신자들이 많아 보이지도 않는데 저런 큰 건물을

어떻게 신축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높아만 가는 건물을 보면서

제 마음속에 자신도 모르는 시샘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마지막에는 대형 십자가를 세우는데, 십자가가 얼마나 크고 높은지

고개를 쳐들고 보아야 볼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십자가를 세웠습니다.  


제가 사목하는 곳은 아파트가 밀집되어 있는 지역입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지역이기 때문에 당연히 󰡐먹자, 놀자, 자자󰡑라는

󰡐3자 동네󰡑로 배불리 먹어대는 식당들이 많고,

술 마시고 노래 부르며 노는 유흥업소가 많으며,

나뒹굴어 잠을 자는 모텔들도 많은 지역입니다.  

밤이 되면 네온사인으로 현란한 곳,

그런데 거기에 질세라 십자가 또한 얼마나 많고 얼마나 높이

밤하늘을 수놓고 있는지,

거짓말을 조금 더하면 식당과 유흥업소와 모텔의

화려한 광고판만큼이나 십자가 역시 많은 지역입니다.


󰡐저렇게 많은 교회가 세상의 밤을 밝히는 십자가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저렇게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유흥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진리의 빛이 되어준다면 또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리고는 성당에 들어가 성당 정면에 걸려있는 십자가를 바라보았습니다.

십자가는 무엇인가?

그렇게도 많고 그렇게도 반짝이고 그렇게도 높이 걸려있는

십자가가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십자가는 나를 비방하고 모함하는 사람들을 용서하겠다는 표시입니다.

십자가는 어렵게 살아가는 내 이웃에게

손을 내밀어 위로하겠다는 증거입니다.

그리고 십자가는 다른 사람들이 싫어하는 일을

내가 먼저 희생하는 마음으로 앞장서겠다는 결심이요

부정과 부패로 물든 세상에 진리의 빛을 비추어

밝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다짐입니다.  


십자가는 희생과 봉사의 삶입니다.  십자가는 화해와 용서의 삶입니다.

그리고 십자가는 사랑의 삶입니다.

결국 십자가는 예수님께서 사셨던 삶이자

우리 신앙인이 살아야 할 삶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누구든지 내 뒤를 따르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마르 8,34)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를 지고 당신을 따르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의 삶을 살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를 높이 세우라고 말씀하시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를 아름답게 꾸미라고 말씀하시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십자가는 󰡐이곳에 교회가 있으니 사람들은 여기에 모이라󰡑는

안내표시가 아닙니다.

십자가는 󰡐이곳에 성당이 있으니 사람들은 여기에 모여 오라󰡑는

광고판도 아닙니다.


우리 성당에 조진영 마리아라는 자매님이 있습니다.

자매님은 레지오 마리애 󰡐구세주의 모친󰡑 쁘레시디움 단장을 맡고 있으면서

다른 단원들과 신자들에게 귀감이 되는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분입니다.

나이가 40대 초반이기 때문에 아이들 등하교와 다른 뒷바라지를 하느라

바쁘게 사는 분입니다.

개인 사업을 하는 남편에게도 무관심하지 않고 집안 살림도 충실히 하면서

이웃에게 좋은 표양을 보이는 분입니다.

마리아 자매님은 정연옥이라는 1급 장애인 청년을 말없이 돌보십니다.

정연옥이라는 형제는 자기 혼자서는 일어설 수도 없고

앉을 수도 없이 홀로 사는 청년입니다.

하반신이 마비되어버렸기 때문에 자기 혼자서는 대소변을 해결할 수 없고

휠체어에 오를 수도 내릴 수도 없는 형제,

이런 형제를 5년 동안이나 드러나지 않게 도와주고 있는 마리아 자매님.


두서너 번 활동을 하다가 그만두는 사람들과는 달리

마리아 자매님은 대소변을 도와주고 휠체어에 몸을 싣고 내리는 일을 도와주며

집안 청소는 물론이요 정성스럽게 밥을 하여 먹여주고 씻어주며

양치까지 해주는 헌신적인 봉사와 사랑의 삶을 살고 있는 분입니다.

내 가족 내 친인척에게도 그렇게 하는 것이 어려운데

마지못해 억지로 하거나 어떤 대가를 바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 마음으로 정성껏 성실히 봉사와 사랑의 삶을 살고 있는 마리아 자매님.

그분이야말로 예수님의 계명대로 이웃을 사랑하는 분이요

그분이야말로 예수님의 십자가를 높이 드러내 보이는 분이며

그분이야말로 어두운 세상에 예수님의 십자가를 빛나게 하시는 분이십니다.


자매님은 십자가귀걸이를 하지 않았습니다.

마리아 자매님은 십자가목걸이를 걸고 다니지도 않았습니다.

조진영 마리아 자매님은 예수님께서 사셨던 십자가의 삶을 사시는 분이십니다.

이렇게 삶으로 보여주는 예수님의 십자가,

이렇게 몸으로 보여주는 예수님의 십자가,

이런 십자가야말로 가장 높고 가장 아름다운 십자가입니다.

바로 이런 십자가를 보여주는 것이 가장 확실한 복음 선포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이곳에는 하늘 높이 올라가는 십자가가 많이도 생깁니다.

제가 살고 있는 이곳의 밤은 십자가가 화려한 광고판처럼 빛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성당에 걸려있는 예수님의 십자가를 바라보면서

조용히 기원해봅니다.

󰡐그렇게 많은 교회가 마리아 자매님처럼

사랑의 십자가를 보여준다면 이 세상은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렇게도 많은 신앙인이 마리아 자매님처럼

십자가의 삶을 산다면 이 세상은 또 얼마나 아름답겠습니까?󰡑

_김양회․요한보스코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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