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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02 19:41

10월의 훈화(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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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성인을 생각하며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되돌리고 싶은,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순간이 너무 많이 떠오른다. 어쩌면 내 삶이 온통 무지와 실수의 연속인 것 같다. 특히 말 못하는 생명에 대해 가한 악행이 더욱 그렇다. 개구리의 배를 가르는 장난을 반복했던 일, 또 뱀은 좋지 않은 짐승이라 하여 뱀만 보면 사정없이 짓이겨 놨던 일 등등. 넓게 포장된 길을 자동차로 지나면서, 마른 포가 되어 아스팔트에 붙어버린 짐승의 주검을 볼 때마다 편치 않은 마음이다.

자연과 멀어져, ꡐ무한 경쟁ꡑ이란 전쟁터에서 남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우리자신에게서 살기(殺氣)를 본다.

몇 해 전, 학생들 성지순례 때 지도신부로서 외국에 나간 적이 있다. 어느 숙소에서 꽃병을 실수로 깬 한 학생이 ꡒ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ꡓ라는 말 대신 ꡒ그거 얼마면 돼요? 그까짓 것 물어주면 되잖아요?ꡓ라고 내뱉는 첫마디에서 우리들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보았다.

서울 초중고학생 10명 중 3명이 정신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보고도 있었다. 환경오염 때문에 아토피를 앓는 아이들의 비율도 높지만, 물질문명의 오염 아래 훨씬 많은 우리 아이들의 정서가 병들어가고 있다. 아이들에게 전염시킨 어른들의 물질과 소비 중독, 끝없는 행복과 성공에 대한 환상, 모든 것을 즉시 이루려는 조급증은 우리 사회를 뒤덮어버렸다.

세계 모든 나라들도 한결같이 잘 먹고사는 것, 곧 경제발전에 힘쓰고 있다. 거의 모든 나라가 지향하는 목표가 ꡐ미국같이 잘사는 나라ꡑ이다. 물론 1인당 GNP만 따지면 미국보다 더 잘사는 나라가 있겠지만, 미국이 물질적으로 가장 풍요로운 나라인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미국의 인구는 세계 인구의 5%도 채 되지 않는다.

그러나 미국이 사용하는 자연자원의 양은 전 세계가 쓰는 양의 30%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나라를 모든 나라가 모델로 삼는다면, 얼마만큼의 자원이 더 필요할까? 아마도 몇 개의 지구가 더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 지구같이 인간생명체가 살기 좋은 환경을 가진 행성을 발견했다는 보고는 없다. 그러므로 신앙의 여부를 떠나서 하나뿐인 지구를 아끼고 사랑하며 사는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책임이다. 인간의 생존을 위해 자연을 지키자는 약간의 이기적인 이유를 넘어서서 자연 자체, 생명 자체를 사랑한 성인을 이달에 만날 수 있다. 바로 아씨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이다. 그분은 모든 살아있는 것에서 하느님의 창조 손길을 느끼며, 그들을 형제와 자매로 대했다.


레지오 신심을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하고 나누려는 우리에게 필요하고, 이 시대에 맞는 삶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성모님이 이 시대에 사셨다면, 어떤 의식을 가지고 행동하셨을까? 아마도 자연을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일과 약자와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투신하지 않으셨을까?

윤리신학에서 ꡐ부르주아 윤리ꡑ(bourgeois ethics)라는 것이 있다. 이는 바리사이적 양심을 말하는 것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굶주리고 죽어가는 비참한 사회 환경의 원인을 방지하는 데 소홀하면서 자기에게 손해되는 것만을 방지하는 데 열심인 태도를 말한다. 곧 이웃의 고통에는 무관심하면서 자기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적 삶을 가리키는 것이다.

수없이 묵주를 돌리면서 나와 가족의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기적인 사람보다 성모님처럼, 프란치스코 성인처럼 시대의 문제에 고민하고 행동하는 레지오 가족들이었으면 한다. 따라서 더 많은 것을 바라고 누리기보다, 적게 바라고 참된 행복에 이르려는 절제된 생활양식을 찾아가며 이웃의 고통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성모님과 프란치스코 성인을 기억하는 10월을 보내야겠다.

자연을 위해, 우리 자신과 미래 세대를 위해, 그리고 하느님을 위해!

_한광석․마리요셉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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