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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01 15:00

9월의 훈화(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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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순교자의 피는 그리스도인의 씨앗

우리 신앙선조 순교자들을 기리는 순교자 성월을 다시 맞이하였습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한국교회는 1984년 103위 성인이 탄생된 이래 다시 윤지충 바오로를 비롯한 동료순교자(123위)와 한국인 두 번째 사제 최양업 토마스와 김범우 토마스 등 126위의 시복시성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얼마나 감사하고 감격스러우며 은총 충만한 세월을 사는 것입니까.

일찍이 떼르뚤리아누스(Tertullianus)는 ꡒ순교자의 피는 그리스도인의 씨앗입니다ꡓ라고 했습니다. 초대교회는 3백 년 넘게 모진 박해를 받았지만 신앙이 쇠잔해지지 않고 박해의 칼날을 휘두를수록 오히려 더 널리 퍼져 세계 전역으로 확산되었던 것입니다. 한국교회 역시 순교자들이 목숨을 바쳐 지켜 물려준 신앙 유산의 토대 위에 오늘의 신앙을 사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우리들의 참모습(일찍이 우리들이 세례 때 은총․활력 넘치고 기쁨에 찼던 아름다운 얼굴)을, 잃어버린 자화상을 다시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순교자들은 신분, 가문도 버리고 고향을 떠나 정처없이 떠돌다가 심산유곡에 자리잡고 교우촌을 이루어 그리스도 안에 한 형제자매로 은총과 기쁨과 평화 가운데 사셨습니다.

성모님의 사랑 속에 지상여정을 걷고 계신 단원 여러분!

근년에 교회 내 뜻있는 이들로부터 200주년 이후 우리의 순교신심이 퇴색하고 실종됐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눈을 들어, 그 많은 순교자들 가운데 먼저 성인위에 올림받으신 103위 순교성인 한분 한분을 바라보며 생각해 보십시오. 2백 년 가까운 세월을 격해 있지만 같은 주님의 은총과 평화 가운데 여전히 신앙적인 믿음과 통교(通交,Communio)가 가능함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교회 200년 역사 가운데 전반부 100년 동안의 압제하에서는 물론이려니와 6․25전쟁 때 숨져간 유명무명의 순교자들은 또 얼마나 많습니까. 우리에 앞서 가며 피로써 신앙을 지킨 이가 얼마나 되는지요.

신앙 자유를 누리는 지금 여전히 일상적인 신앙생활에 머물러 있고 이웃 전교에 힘 없으며 냉담자 회두(回頭)에 미약한 자신을 감히 우리의 선대 순교자의 삶에 대비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시대 신앙과 목숨을 맞바꾸어야 하는 직접적인 피의 순교(赤色殉敎)의 기회가 당장에는 주어지지 않는 듯 보이지만 우리의 일상(日常)가운데 불림받은 그 자리에서 그리스도 신자이기에 감당해야 할 고난(苦難)과 역경(逆境)이 가로놓여 있을 것입니다. 틀림없이 순교의 기회이며 내적 순교가 요청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 나라를 앞당겨 사는 수도자(修道者)들이 이미 천상적인 것을 위하여 지상적이고 현세적이며 자기중심적인 데서 철두철미 자신을 죽이고 청색순교(靑色殉敎)를 작정했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Hic et Nunc) 우리들은 백색순교(白色殉敎)를 해야 할 것입니다.  

성모님 대전에 한 가족으로 살아가시는 형제자매 여러분!

앞서간 순교자들의 그 뜨거운 피가 내 가슴속에, 내 혈류 속에 맥맥이 흐르고 있지 아니합니까. 순교자 한분 한분을 똑바로 바라보며 그분들의 나이를 따져보고 그분들의 직업과 직분을 헤아려 그분들의 환희에 넘친 최후의 환한 얼굴을 오늘의 신앙인, 나의 얼굴이 되게 할 수는 없는 것입니까. 그분들의 열정이 나의 열정이 되고 그분들의 정신이 나의 정신이 되며 그분들에게 참으로 소중하였던 신앙이 나에게도 참으로 소중하고 자랑스러운 신앙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선조신앙인 순교자들이시여!

천상영복을 누리시며 저희들과 저희 나라의 복음화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_최홍길 레오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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