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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02 17:04

3월호 월간지 훈화(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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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헌의 삶을 살자!

박순신․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

󰡒이 아기는 이스라엘에서 많은 사람을 쓰러지게도 하고 일어나게도 하며, 또 반대를 받는 표징이 되도록 정해졌습니다. 그리하여 당신의 영혼이 칼에 꿰찔리는 가운데, 많은 사람의 마음속 생각이 드러날 것입니다󰡓(루카 2,34-35).

이 말씀은 마리아가 유다인 관습대로 정결례 법을 수행하고자 아기예수님을 성전에 봉헌할 때 예언자 시메온으로부터 들은 것입니다. 아들이나 딸을, 혹은 형제나 자매를 신부나 수녀로 봉헌하신 분들은 어쩌면 성모 마리아의 처지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봉헌의 삶을 산다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만은 아니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제는 친구 어머니의 장례미사를 함께 봉헌하고 시신이 땅에 묻히는 하관예절까지 지켜보면서 고인의 후손들, 그리고 고인과 각별한 정을 맺으며 살아오신 분들의 가슴에서 맴도는 속울음을 보았습니다. 어쩌다 잠깐 어머니와 헤어져 살던 아이가 엄마를 만나서 󰡒엄마, 나 그때 엄마하고 헤어져 살 때 엄마 보고 싶은 거 참느라고 속울음 많이 울었어.󰡓라고 말할 때의 속울음 말입니다. 어린 아이들만 속울음을 우는 것이 아니라 눈물을 쉽게 흘리는 여자들만 속울음을 우는 것이 아니라, 정말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하는 남자 어른들이야말로 때로는 속울음을 울며 살아간답니다.

인간 누구에게나 드러내지 못하는 슬픔이 있습니다. 차라리 터뜨리고 나면 속이라도 시원할 것 같은데 그러지도 못하고 안으로 삼켜야 하는 그런 슬픔 말입니다. 삼킨 눈물은 비가 되어 몸 안을 씻어 내립니다. 인내와 연민, 이해와 사랑의 비가 되는데, 사람은 삼킨 눈물의 양만큼 아픔 속에 자라난다고 합니다. 하여 어느 정도 성숙한 단계에 이르면 하고 싶은 말을 다 못하고 사는 게 인생임을 알게 됩니다. 내 속 시원해지자고 뱃속에 있는 감정 전부 꺼내어 난삽한 언어로 세상을 향하여 퍼부어대면 혹여 연루된 어떤 이의 가슴에 슬픔의 그림자를 드리울 수 있으니 때로는 입을 다물고 살아야 하는 것이 인생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의 어머니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였다󰡓(루카 2,52)고 성경은 마리아의 심경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주님봉헌축일 아침미사 중에 신자들에게 물었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이 시간을 밀물처럼 밀려오는 시간으로 맞이하고 계십니까, 아니면 썰물처럼 떠나가는 시간으로 맞이하십니까?󰡓 예를 들어, 배를 타고 일하는 사람이라면 밀물의 시간일 테고 갯벌에서 일을 하는 사람은 썰물의 시간을 맞이할 테니 보는 시각에 따라 사는 모습이 달라지고 임하는 자세가 달라질 것입니다.

  속울음 삼키며 사십시오, 성모 마리아처럼! 그러나 약속과 희망으로 영그는 신앙생활의 기쁨으로 가슴바다는 충만해야 합니다. 누군가에게 말하지 않고서는 속이 터질 것 같은 경우에는 본당신부님이나 개인 고해신부님을 찾아가 󰡒예수님의 대리자시여, 내 말 좀 들어주세요.󰡓 하면서 털어내고 엉엉 울고 난 후 머리에 손 얹고 사죄경 바쳐 달라 하십시오. 절대 비밀은 지켜질 것이고 속은 후련하니 다시 살맛이 날 것입니다.

  속울음을 간직하고 살되 때로는 그런 방식으로라도 하느님과 자신에게 정직한 삶을 사십시오. 그리고 이제부터라도 평신도의 자세로라도 봉헌된 삶을 살도록 합시다, 아기예수님이 예언자의 품에 안기듯이 교회의 품에 안기어!ß]

+원주교구 원동성당 주임 | 원주 Re. 담당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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