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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03 12:14

2월호 월간지 훈화(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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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의 추억

이찬홍․야고보 신부

예비신자들이 세례를 받은 후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단체가 레지오 마리애일 것입니다. 그만큼 많은 신자들께 알려져 있고, 또한 본당 안에서 여러 가지 일을 하는 단체입니다. 그러다 보니 레지오의 장단점을 보게 됩니다. 기쁨과 아픔도 겪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모습이 레지오만의 일이겠습니까? 교회 다른 여러 단체에서도 볼 수 있는 것이요, 그런 장단점이 잘 어우러져서 내외적으로 좋은 열매를 맺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맺어지는 열매들이 신앙인들에게 힘과 위로를 주고, 신앙생활에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좋은 열매를 맺은 모습은 레지오를 오래 하신 분들을 통해 자주 보게 됩니다.

그래서 레지오 마리애에 대한 저의 추억을 함께 나눌까 합니다.

  

중학교 때, 레지오를 처음 접했습니다. 공소에서 본당으로 승격되면서 레지오를 시작했습니다. 정서불안에 가까울 정도로 워낙 가만히 있지 못해서 회합 때, 기도하기보다 꾸지람 듣는 시간이 더 많았습니다. 특히 묵주기도를 하기 싫어 일부러 묵주기도가 끝나는 때에 맞춰 들어갔던 일, 촛대 옆에 앉아 장난하다가 손을 덴 일, 그럴 때마다 단장님의 따스한 눈길(?)을 느끼고 애정 어린 말씀(?)을 들어야 했습니다.

하루는 아버지께서 공공요금을 내라며 주신 만 오천 원을 친구들을 놀라게 해야겠다는 마음에 비밀헌금 주머니에 넣고 옆 친구에게 돌렸습니다. 󰡐비밀헌금 주머니가 한 바퀴 돌고서 다시 내게로 돌아올 것이니, 그때 넣었던 돈을 찾으면 되겠지󰡑라고 생각해서 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비밀헌금을 넣을 때 큰돈이 있으면 놀라는 것으로 끝나야 하는데, 한 여학생이 돈을 집어 들고는 󰡒이게 누가 낸?󰡓이라고 하는 겁니다. 저는 󰡒장난으로 넣었는데 꺼내면 어떡하나? 공공요금 낼 것이니 이리 달라.󰡓고 했습니다. 회합은 잠시 중단되었고, 갑자기 단장님께서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성모님께 봉헌한 것은 돌려줄 수 없다.󰡓 󰡒장난으로 봉헌헌 건디 마심.󰡓 󰡒장난이라도 한번 비밀헌금 주머니에 들어간 것이니, 성모님 것이다.󰡓 울다시피 󰡒오늘 꼭 공공요금 내야 되마씨. 안내믄 아부지안티 맞앙 죽음니다.󰡓라며 매달렸지만, 단장님께서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회합을 마쳤는지 모릅니다. 아마도 내 생에서 가장 성실하게, 아무 장난 없이 마친 회합이 아닌가 싶습니다. 회합이 끝나고 손 지문이 닿도록 빌며, 다시는 이런 장난 하지 않고 회합 때도 제일 조용히 있겠다는 약속을 한 후에 돈을 돌려받을 수 있었습니다.

단장님은 저희가 고등학교로 갈 때쯤에 수녀원에 입회하셨습니다. 지금도 만나면 중학교 때 레지오의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들을 꺼내놓고 함께 웃곤 합니다. 정말 하느님께서는 자비로운 분이시라고… 진정 놀라우신 분이시라고….

돌이켜보면 이러한 저의 추억들, 󰡐어렸을 때의 복사 섰던 일과 레지오 활동이 제 신앙의 밑거름이 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레지오를 하며 자연스럽게 성모님을 알게 됐고, 묵주기도를 함께 바치며 친해졌습니다. 레지오 활동을 하며 성체조배와 미사참례에 덜 빠지게 되었습니다.

이런 아름다운 추억들이 있기에 레지오 회합에 참석할 때, 매월 첫 회합 때 레지오의 󰡐상훈󰡑을 낭독하거나 󰡐단가󰡑를 부를 때면 지금도 그때의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이 잔잔하게 떠올라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습니다.

이것이 레지오 마리애의 힘입니다. 단순히 활동과 순명에 그치는 신심단체가 아니라 신앙인들에게 살아가는 힘과 도움을 주는 단체입니다. 마음에 품고 살아갈 아름다운 추억을 주는 단체입니다. 비록 레지오 안에서 크고 작은 갈등이 있다 하더라도 배우자가 레지오 회합에만 가면 고주망태가 되어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여러 부정적인 모습과 아픔이 있다 하더라도 레지오 안에는 분명 신앙인들을 따뜻한 사람이 되게 하는 힘이 있기에, 더 큰 기쁨과 감동을 안겨주는 힘이 있기에, 성모님과 함께 걸어가는 신앙의 여정이 있기에, 레지오 마리애가 오늘도 많은 신자들께 관심과 사랑을 받는 것입니다.

종종 이런 고민을 하는 분들이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왜 우리 쁘레시디움만 이렇게 안되는 걸까?󰡑 󰡐왜 우리 쁘레시디움은 이렇게 갈등과 분쟁이 많을까?󰡑

그럴 때 이런 고민, 유혹이 다가옵니다. 󰡐에이, 열심한 레지오 단원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렇게 할 거면 하지 말자.󰡑 󰡐이렇게 문제가 많은 쁘레시디움이라면 해체하는 것이 낫겠다.󰡑 하지만 그 생각에 앞서 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마르코복음 9장 14-29절 󰡒어떤 아이에게서 더러운 영을 내쫓으시다󰡓의 말씀에서󰡐마귀 들린 아이󰡑의 모습이 우리 삶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마귀가 우리 안에 들어와 사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이 마귀 들린 아이와 같고, 삶에서 드러나는 많은 아픔, 고통, 절망들이 마귀 들린 아이가 하는 발작이요, 그로 인한 고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묵상해 봅니다.

우리 삶 안에서 기쁨과 행복보다는 아픔과 절망이 더 크게 다가옵니다. 그래서 절망에서 벗어나려고, 슬픔에서 기쁨으로 삶을 전환하려고 부단히 노력하며 살아갑니다. 많은 경우, 마귀 들린 아이에게서 아무리 마귀를 쫓아내려고 애썼지만 이를 이루지 못한 제자들의 모습일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왜 우리는 이런 절망과 어려움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입니까?󰡓 󰡒나약함을 이겨내려고 부단히 애쓰는데 왜 번번이 실패하는 것입니까?󰡓 󰡒왜 우리의 다짐이 확고하지 못하고 작심삼일이 되는 것입니까?󰡓라며 예수님께 물어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그러한 것은 기도가 아니면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나가게 할 수 없다.󰡓 즉 󰡒기도하지 않으면, 너의 다짐이 확고해지지 않는다.󰡓 󰡒기도하지 않고는 너의 계획이 좋은 결실을 맺지 못한다.󰡓 󰡒기도하지 않고는 너의 모든 노력이 허사가 될 뿐이다.󰡓

레지오의 주된 임무는 활동입니다. 기도보다 활동이 우선입니다. 그러나 활동을 알차게 하고 좋은 열매를 맺게 하는 것은 기도입니다. 레지오 안에서 많은 문제와 갈등을 해소하는 것은 기도입니다. 나의 변화를 위해, 쁘레시디움의 변화를 위해 기도하며 노력한다면 주님께서 꼭 들어주실 것입니다.

기도의 제일 원칙 아시죠? 󰡐들어주실 때까지 한다󰡑 이것이 제일 원칙입니다.

우리는 이미 도움이신 성모님을 어머니로 모시는 사람들이 아닙니까?ß]

_제주교구 표선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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