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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 고향의 추억 한토막



아이스케에키~! 아이스케에키~!
장마가 지나고 불볕더위가 시작되면 토담 위 대추나무와 감나무위에
매미가 목청을 높입니다.

이 무렵이면 아이스께키를 파는 아저씨가
자전거 페달을 힘껏 밟으며 아이들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옷에 감물이 얼룩덜룩하고
검정고무신을 신은 개구쟁이들이 순식간에 모여 듭니다.
남수,환명,흥용,병석,정원,종문,수봉.경화,훈이,미순, 계순, 순애는
아저씨 주위를 빙 둘러 서서 입맛을 쩍쩍 다십니다.

고무신 떨어진 것, 놋수저 부러진 것, 참빗으로 머리 빗으실 때마다
빗에 딸려 나온 엄마 머리칼 뭉쳐 놓은 것까지 엿으로 다 바꿔 먹은
나도 침을 꿀꺽 삼키며 서 있습니다.

그러다 아저씨가 옆 동네로 가려고
자전거에 오르면 엄마를 조르기 시작합니다.
엄마가 주신 이십 원을 가지고 한달음에 뛰어가니
아저씨는 벌써 찬원이네 집 앞 둠벙가에 까지 가 있습니다.

아이스케끼가 들어 있는 양철통은
빨간 페인트로 쓴 아이스케키라는 글자가 흘러내려
괴기스러움마저 느끼게 합니다. 숨을 헐떡이며 이십 원을 내밀자
아저씨는 기다렸다는 듯이 통을 엽니다.

통 안에서 하얀 김이 모락모락 나옵니다.
하나, 둘, 세며 손에 쥐어주더니 재빨리 통을 닫아 버립니다.
하나 더 줄까 기대했다가 실망한 마음입니다.

아이스케끼를 사 먹지 못한 아이들은 부러운 눈으로 나를 쳐다봅니다.
한 개를 유난히 눈이 큰 내 짝 훈이 에게 줍니다.
훈이는 내가 필통을 집에 두고 간 날 몽당연필 한 자루를 가지라고
준 적이 있습니다.

아이스께키는 금방 녹아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립니다.
집 앞 나무로 된 대문 앞에 도착할 즈음이면 빈 나무 막대만 달랑
손에 남습니다.

“엄마, 날이 겁나게 덥네요”      
“아이스께키는 사 묵었냐”
“겨우 두 개 여요. 하나는 훈이 줬구요.”



툇마루에서 고구마 순을 다듬던 엄마는 물 한바가지를 가지고 오셔서
펌프에 붓고 손잡이를 올렸다 내렸다 하십니다.

장난기가 발동한 나는 “나도 해보고 싶은디요.” 손잡이는 종일 햇볕에
달궈져 뜨끈뜨끈합니다. 열심히 힘을 다해 올렸다 내렸다 해보지만
소리만 나고 물은 나오지 않습니다.

“푸쉬푸쉬!”   엄마는 웃으시며 물을 두 바가지 더 넣고
손잡이를 몇 번 움직이시니 시원한 물이 콸콸 쏟아집니다.

“와, 시원하다아”
대야에 물을 붓고 얼굴이며 팔, 다리를 물 속에 넣었다 꺼냈다 합니다.
“윗도리 벗어라.”    
“물이 찬디요.”
엄마는 엎드려 있는 내 등에 손을 넓게 펴신 후 그 위에 물을 부으며
닦아 주십니다.

“차, 차요. 엄마 찬찬히요!”
내 엄살에 엄마는 즐거우신지 자꾸만 등을 문지르십니다.
“엄마도 윗도리 벗으세요.”
“그러마.”
엄마 등에 흉내내기를 해보지만
작은 내 손은 엄마의 등을 가리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차거운 물을 연신 갇다 부어도
엄마는 별반 놀라시지도 않고 시원하다는 말씀만 하십니다.

엄마는 벗어 놓았던 베적삼을 입으시고 흰 수건을 머리에 쓰신 후
나무 광에서 마른 보릿대를 꺼내 정지로 들어가십니다.
정지 아궁이에서 보릿대 타는 소리 타닥타닥 들려오고
저녁밥 냄새 구수하게 코끝을 스칩니다.

굴뚝을 빠져나온 연기는 뒤란 탱자 울을 넘어
감나무 대추나무숲으로 마실 나가고  나는 마당에 깔아 논
동그란 멍석위에 누워 초저녁 별을 헤이다 달콤한 잠 속으로 빠져듭니다.



지금은 대산 본당이지만 내 어릴적에는 공소라 한달에 1번씩 오시는
신부님 마중하러 성당입구에서 신작로에 5백미터 정도 줄을서서
주님을 맞이 하듯이 박수로 환영하고자..평림고개를 바라보며 먼지가 뽀얗게
나면 신부님이 오시는 봉수대 역할의 신호탄 처럼....

1시간 전부터 흰색의 오토바이소리가 날때까지 기다립니다
호산나 호산나 주의 이름은 찬미 받으소서 하는 마음으로...

지금 생각 해보니 그때 신부님은 이종창 바르토로메오 신부님이였음을..
성모몽소승천날에는 새벽부터 부모님 손잡고 40리길을 산넘고 물건너
함안성당에 미사 보러 간 지워지지않는 아름다운 기억이  엊그제 갖은데..

초등학교 복사시절에는 라틴말로 달달외워 신부님과 제대앞에서
기도문을 계/응으로 함께했던...지금 기억에 남는 말은 메아꿀바 메아꿀바
메아막시꿀바(내탓이오 내 탓이오 내 큰탓이로 소이다)를 외우면서
가슴을 세번치는.......

신자들은 아무 뜻도 모르면서 그때에는 미사를 라틴말로 하였죠
신부님께서  
’도미누스 보비스쿰’(Dominus voviscum,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하면
저희들은 ’엣 쿰 스피리뚜 뚜오’(Et cum Spiritu tuo, 또한 사제와 함께~)
지금은 우리말로 하니까 얼마나 편해요

제대중심으로 머리 가리마 타듯 남여칠세 부동석으로...엄격히 구분되고
지금은 남녀칠세 지남철 이잖습니까

복사 연습 후 성당마당 앞 석류를 따먹엇다가 혼이난 기억은...
석류 따먹은 자리에 신부님께서는 장난끼가 발동해서인지 신부님께 잡수시려고
했던지...그 영문은 모르나 저의 이름을 따 먹은 자리에 적어 놓았어요..

당시 공소회장이신 아버님이 주일날 보시고 얼마나 혼이 났는지
지금도 석류만 보면 그때 생각 나 먹질 못합니다
신부님 드릴려고 남겨놓있는데...그 당시 농촌에선 먹을꺼리가 별로
없어서인지....이제사 이해가  가는 너무 소중한 기억들 입니다..

중학교시절에는 지금의 김수환 추기경님께서(당시 마산 교구장)
대산 공소에 방문하여 미사집전때 인간 독서대가 되여 미사중 복사를 한
추억은 잊을수가 없네요  벌써 내가 지천명에 서 있으니 세월이 너무 빠릅니다

지금까지 돌봐주시고 일용할 양식까지
챙겨주신 아버지 하느님께 찬미와 영광 감사를 드리며
옛날 함안 대산의 고향의 추억 한토막입니다

휴가철입니다 부모님모시고 가족과함께 잘 보내시고
자칫 하면 주일미사 거를때가 있는데....실수하지 마시고
즐거운 휴가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 ?
    감사의하루 2005.08.12 23:44
    아름다운 정경이네요
    그날의 경치가 그대로 살아 움직여주는듯한....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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