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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낭비

강혜진·마리아

한 가난한 부부가 있습니다. 서로 사랑하는 이 부부는 크리스마스가 다가오자 고민에 빠집니다. 사랑하는 이에게 줄 선물 살 돈이 없기 때문입니다. 남편은 시계를 팔아 부인에게 고급 빗을 선물하고, 아내는 자신의 탐스러운 머리칼을 팔아 남편에게 시곗줄을 선물합니다.

널리 알려진 오 헨리의 단편소설 ‘크리스마스 선물’의 내용입니다. 이 작품의 서두는 매우 경쾌한 분위기로 그려집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단 하나의 보물, 최상의 것을 포기하는데도 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뭔가 줄 수 있다는 즐거움 때문입니다.

그 기분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줄 선물을 준비해 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이에게 선물을 한다는 행위는 사랑의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사랑이란 이렇듯 자신이 가지고 있는 최상의 것을 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분에 넘치는 낭비를 하면서까지 말입니다.

하지만 부부가 만나는 순간 분위기는 반전됩니다. 머리칼을 자른 부인에겐 고급 빗이 소용없고, 시계를 팔아버린 남편에겐 시곗줄이 소용없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부부는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머리는 또 자랄 것이라며 아내는 남편을 위로하고, 남편 또한 조촐하나마 크리스마스 잔치를 벌이자고 아내에게 제안합니다. 가난하지만 사랑과 배려가 가득한 이 부부를 통해 삶의 행복과 진정한 인간의 가치를 배울 수 있었던 작품입니다.
12월은 한겨울 추운 계절임에도 마음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은 성탄절이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철부지 유년시절부터 12월은 기다림과 설렘의 달이었습니다. 성탄절 밤, 잠자는 사이에 산타클로스라는 환상의 인물이 선물을 놓고 가니까요. 성탄절이 선물을 받기 위해 있는 날이 아닐진대, 그래도 어린 시절엔 그랬습니다.

커서 그런 환상은 여지없이 무너졌음에도 불구하고 12월은 여전히 기다림과 설렘이 있는 달입니다. 사람의 기억은 특별해서 유년시절 부모님이 만들어준 환상의 산타 경험은 근사한 추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인가 희망을 가지고 기다림을 갖는다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든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산타란 어린 시절 생각했던 것처럼 그렇게 수염 난 할아버지도 아니고 성탄 때만 살짝 다녀가는 그런 인물만은 아닌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 내 곁에서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며 살아가는 사람, 알게 모르게 나를 위해 기도하는 사람, 혹은 물질적·정신적·심적으로 나에게 영향을 끼치는 이웃이 모두 산타인 것입니다.

이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올 한 해 저는 병원과 더불어 살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정신적, 육체적으로 탈진을 경험했고 많이 아팠습니다. 저물어가는 인생의 한 고갯길을 넘어가느라 그런지, 특별한(?) 환경 조건 속에서 긴 세월 마음 졸이며, 무너지는 순간마다 의연한 척, 씩씩한 척하며 사느라 힘이 들었던가 봅니다.

모든 이치가 그러하듯 모르고 있을 땐 아무것도 모르다가 체험으로 인식되는 순간 개안이 되듯 모든 것은 확실하게 보이게 됩니다. 내 한 몸 추스르기도 힘겨운 시간을 보내면서 세상에 선물 아닌 것이 없고 매사 감사하지 않을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나와 너의 관계 속에서 존재합니다. 하느님께서도 성부, 성자, 성령의 관계 속에 ‘사랑의 하느님’이시거늘 하물며 피조물인 사람은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나이 들어가면서 깨닫게 되는 것은 인간으로서 오체 불만족의 한계, 나약하고 힘없는 존재임을 몸으로 체감하면서 타인도 그런 눈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사람은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미소한 존재이고 외롭고 쓸쓸한 존재입니다. 인간이란 결코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존재이고 관계 속에서 살아지는 존재이니 너와 내가 얼마나 간절히 필요로 하는 존재인가도 알게 됩니다. 그러므로 오늘 너와 나의 만남은 선물인 것입니다.

한 해를 마감하는 이 시간, 이 자리 우리의 만남도 이유 없는 관계는 아니라고 믿습니다. 지난 1월에는 올 한 해 이 막중한 지면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 걱정이 태산이었으나 어느새 12월 원고를 대하고 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일년 동안 글감옥(?)에 갇혀 행복한 고민을 하면서 때론 적나라하게 벗은 모습을 드러내 부끄럽기도 했지만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사랑이신 분께서 채워주셨을 것을 믿으며 모든 것에 감사드립니다.

톨스토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참된 예술 작품은 그 작품을 받아들인 사람들의 의식 속에 그들과 작가의 구별을 없애버린다. 즉 자기와 남과의 개인적 차별을 없애고 남과 하나로 합류하는 것에 예술의 빛나는 힘이 있으며 본연성이 있는 것이다.”

바람이 있다면 지극히 소박하고 부족한 가운데 오늘을 살아가는 고독한 한 사람의 하찮은 일상을 통해 당신의 아픈 과거와 현재의 삶에 작은 희망과 자각의 불씨를 보게 되었다면 그보다 더한 기쁨은 없겠습니다.

이제 성탄이 가깝습니다. “땅에서 매면 하늘에도 매여 있을 것이며 땅에서 풀면 하늘에도 풀려 있을 것”(마태 18,18)이라 하신 말씀처럼 올 한 해 알게 모르게 잘못한 것은 용서를 구하고 잘한 것은 물처럼 구름처럼 떠내려보냅니다.

하느님께서 자신의 사랑하는 외아들을 보잘것없는 우리에게 보내 죽게 하신 것처럼 큰 사랑은 없습니다. 자신의 최상의 것을 내어주는 사랑, 그래서 사랑은 낭비인 것입니다. 복된 성탄되시기 바랍니다. 성탄을 축하합니다!

고운 임 먼 곳에 계시기 / 내 마음 애련하오나
먼 곳에나마 그리운 이 있어 / 내 마음 밝아라.
설운 세상에 눈물 많음을 / 어이 자랑삼으리.
먼 훗날 그때까지 임 오실 때까지 / 말없이 웃으며 사오리다.
부질없는 목숨 진흙에 던져 / 임 오시는 길녘에 피고 져라.
높거신 임의 모습 뵈올 양이면 / 이내 시든다 설울 리야….
어두운 밤하늘에 / 고운 별아.
- 조지훈의 ‘기다림’-

수필가
  • ?
    황국일(모세) 2004.11.15 23:33
    올한해도 이젠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으니까 올 한해동안 한 일들이
    영화의 필름처럼 스쳐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남은 기간동안 아직까지 못다한 일 들 생각하며
    정리해가는 날들 만들어 가보겠습니다
    그래서 성탄을 준비 해보겠습니다
    잘 될거라고 믿으며,~
    단니엘 단장님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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