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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젊음에 불을 붙여준 ‘찬송하올 모후 Pr.’

<손무진·사도 요한 신부>


“먼동이 트이듯 나타나고, 달과 같이 아름답고, 해와 같이 빛나며 … 저 여인은 누구실까?”

수단자락을 접으면서 레지오 단원들에게 다가갈 때마다 듣는 이 아름다운 기도소리는 지난날 나의 청년시절을 다시 생각나게 하고, 오늘 이렇게 사제가 되도록 이끌어주신 성모님께 감사드리게 된다.

부모와 집을 떠나서 포항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어느 날, 포항 죽도성당의 청년 레지오인 ‘찬송하올 모후 쁘레시디움’에 입단하게 되었다. 어릴 적에는 레지오가 뭔지도 모르면서 누나의 협조단원으로서 묵주알을 굴렸었는데, 활동단원으로 입단을 한 것이다. 하느님의 섭리는 생각지도 않은 상황에서 나의 미래를 준비시키고 있었다. 이 모임을 통해서 나의 인생관은 새로운 전환기를 맞게 되었던 것이다.

처음 단원들의 모임은 안정되지 못했었다. 단 두 명이 회합을 할 때도 많았었다. 그렇지만 “둘이나 셋이 내 이름으로 모여 있는 거기 그들 가운데 나도 있습니다”(마태 18,20)라고 말씀하신 예수님께서는 성모님을 통해서 청년회원들의 수를 점점 늘려주셨다. 포항에 있는 남녀 젊은이들은 대부분 고향을 떠나와 포항제철 단지를 중심으로 모인 직장인들이었기에 이 모임은 더 빨리 성장해 나갈 수 있었다. 이는 마치 사마리아 여인이 예수님을 통해 영원히 마르지 않는 샘물을 마실 수 있었듯이(요한 4장 참조) 젊은 청년들의 외로움과 영적 목마름이 레지오 활동을 통해서 채워질 수 있었던 것이다.

레지오 모임을 하면서 청년들의 마음은 성모님께로 향하게 되었으며 성모님께서는 이들에게 예수님이 어떤 분인지를 조금씩 조금씩 깨달아 가도록 도와주셨다. 나 역시 레지오 활동을 하면서 사도직 활동을 체험할 수 있었으며, 삶의 의미를 새롭게 깨달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그리고 인간적이고 물질적인 것만을 위해서 줄곧 노력해왔던 내가 미래의 삶을 재정비하게 되었다. 결국 그때까지 갖고 있던 나의 인생관이 레지오 안에서 무너지게 되었던 것이다.

삶을 전향하면서 가졌던 첫 번째 질문이 “가장 보람 있는 삶이란 어떤 것인가?”였다. 이 질문은 끊임없이 나의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었다. 아주 큰 고민이었다. 그때까지는 돈과 명예가 최종목표였고 그것이 내 삶의 가치였는데… 레지오를 시작한 이후 성모님은 나의 인생관에 새로운 도전을 갖게 해주셨다. “가장 보람 있는 삶!” 그것은 “인간의 구원과 영원성을 위해서 사는 것이다”라고 가르쳐주신 것이다. 나의 사제직 준비는 이렇게 시작된 것이다.

레지오 활동은 나에게 하느님 사랑이 불붙게 하였으며, 회사 퇴근 후에는 성당으로 달려가느라고 무척 바빴다. 그곳에는 내가 만나야 할 청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본당의 레지오 단원들이나 본당 청년들을 볼 때마다 지난날의 추억들이 다시금 떠오른다.

몇 가지 옛일을 회상해 본다면, 황구 한 마리를 혼자서 다 잡수셨던 박병기(베네딕토) 신부님이 계실 때에는 주말마다 성당에서 삽질, 곡괭이질로 땀 흘리는 일도 많았지만 봉사활동이 무엇인지를 배울 수 있었다. 청년회지인 ‘유심’을 만들기 위해 추운 겨울 날씨도 아랑곳하지 않고 원고청탁, 광고청탁을 위해 쫓아다니던 청년들을 본당신부님께서 격려해주신 것 또한 후일 죽도 청년 레지오의 활성화에 초석이 되었다.

처음 보좌신부로 오신 이용호(가브리엘) 신부님은 청년들에게 인기 짱(최고)이셨다. 추운 겨울날 성당 옆의 포장마차에 청년들을 데리고 가서 사주시던 우동 맛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막걸리를 한 잔씩 따라 주시고 아나고회 한 점씩을 집어서 한 사람, 한 사람 입에 넣어주시던 그 손길이 지금도 그립다.

그리고 초곡의 나환우 마을을 방문해서 어린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했었다. 그곳 회장님과 신자 몇 분이 막사발에 손가락을 푹 담그고 따라 주던 막걸리를 거침없이 마셨던 일, 삶은 계란을 한 양푼씩 담아 와서 손수 껍질을 벗겨서 우리들에게 먹여 주실 때에도 모두가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었던 것은 성모님께서 젊은이들에게 주신 하느님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을 것이다.

성탄절 자정 미사 후 젊은이들은 갈 곳이 없었다. 그래서 대개가 술집이나 나이트 클럽에 가기 십상이었다. 이런 사정을 아신 박원출(토마스) 신부님께서 유치원 강당에서 ‘젊은이의 밤’을 갖도록 흔쾌히 허락해 주셔서 해마다 젊은이들이 건전하게 보낼 수 있었다. 어느 날 우연히 몽포르의 루도비코 성인의 가르침을 알게 되어서 레지오 단원들과 33일간의 봉헌을 준비하였고, 봉헌 당일에는 마치 수도자들의 서원식처럼 단원들이 장엄하게 제단 앞에서 하도록 도와주셨던 마리요한 수녀님은 지금 어디 계실까?

어느 사순절이었다. 동료단원 바오로와 매일 십자가의 길 기도를 드리자고 약속을 했었는데, 가브리엘 수녀님이 성당문을 일찍 닫아버리셨다. 그래서 바오로와 함께 성당 창문을 넘어 들어가서 십자가의 길을 하다가 본당 신부님 순찰 때 들켜버렸고, 다음날 신부님께서는 수녀님에게 성당문을 너무 일찍 닫으셨다고 꾸중을 하셨고, 수녀님은 당신으로 인해 우리가 기도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서 눈물을 흘리셨던 순애보 사건. 서울로 회사를 옮기게 되어 포항을 떠나게 될 무렵에 보좌신부로 오셨던 이성한(베르나르도) 신부님은 참으로 소탈하시고 격의 없이 우리 청년들을 편안하게 대해주셨다. 성인은 이런 분이 아닐까 하고 착각할 정도였던 신부님, 지금은 함께 사제단의 일원이 되었지만 베풀어주신 그 모든 사랑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글로 다 표현할 수 없는 포항 죽도에서 청년 레지오 활동을 하던 때가 나의 젊음을 뜨겁게 불태워준 시기였다. 그리고 그 불꽃은 나를 오늘의 사제로 만들어 주었다. 포항 죽도성당의 ‘찬송하올 모후 Pr.’ 다시 한번 참관해서 함께 활동을 해보고 싶다. 내 삶을 전향하게 한 ‘찬송하올 모후 Pr.’ 이 쁘레시디움에서 사제가 두 명(서울대교구에서 열심히 사목하는 이철학 바오로 신부와 나), 그리고 수녀 한 명(샬트르 바오로회 이희숙 아가타)이 배출되었다. 지난 시절 희로애락을 함께했던 모든 단원들, 지금은 사는 것이 바빠서 서로 자주 만날 수 없지만 마음 저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기도의 향기만큼은 맘껏 전해주고 싶다.

“먼동이 트이듯 나타나고…”
오늘도 나는 발걸음을 서둘러 레지오 회합실로 달려간다.

대구대교구 본리성당 주임
  • ?
    황국일(모세) 2004.11.12 17:46
    마음이 훈훈한 글입니다
    찬송하올 모후 Pr. 축하합니다
    이렇게 좋은 신부님을 나오게 하셔서
    모두들 행복하시겠습니다
    아직 시집 장가 안가신 청년 레지오 단원님들
    이 글 읽으면서 새로운 인생 살아가지 않을렵니까
    이 각박한 새상에 우리 청년 단원들에게
    아니 레지오 단원 모두에게 좋은 묵상 자료가 될것 같습니다
    우리 잘 해봅시다
    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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