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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사(1) 본당회장 사관학교

증거자들의 모후 Pr은 1980년 9월 11일 설립일이니 어느덧 27주년이 다가오고 있다.
당시, 박해준 신부님께서 본당의 감투는 도맡아 맡으면서 레지오 활동을 하지 않는 뺀질이를 불러 모아 Pr을 어렵게 설립하여 증거자들의 모후라는 멋진 이름을 주셨으나 활동성적은 보잘 것 없었다. 나름대로 바쁜 사람들이 억지로 모였으니 출석률은 엉망이지만, 큰소리는 얼마나 치는지…….

초대 단장은 전직회장이었던 박철(아우구스티노,12대)이 맡았다. 그 후, 김형진(레오,17대), 김홍규(시메온,18대), 한명조(노렌죠.19대), 다시 김형진(레오,23대, 24대), 김형옥(야고보,25대, 26대)으로 이어지는 본당회장들이 증거자들의 모후 Pr 출신이니 본당회장 배출사관학교라고 명명해도 모자라지는 않으리라!

빛 좋은 개살구란 말이 있듯이, 당시 사업보고 때는 칭찬보다는 몰매를 피하기 바쁜 형편이었다. 지적 사항의 주요 메뉴는 본당회장이 있는 레지오가 그렇게 활동이 부족해서야…….

지금은 훌륭한 단원들로 구성되어 내실이 꽉 찬 레지오로 자랑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야사(2) 고스톱 사건

초창기 레지오 단원들의 2차 주회는 거의 기억이 없다. 다만 성당에서 한자리 하는 사람들의 유일한 오락은 고스톱이었다. 고스톱 판돈에서 데라(딴 돈 중 일부를 모으는 것)를 떼어서 식비를 해결하는 방법이 주로 사용되었다. 그 당시 나는 가장 나이가 어렸기 때문에 주로 데라를 떼거나, 나중에 계산을 하는 등 잔심부름이 주 역할이었다.

그 날은 목요일로 주회를 하는 날이었다. 마침 공휴일이라서 오후부터 단원들과 타 레지오 단원들이 서로 섞여서 국제라사에서 붙었겠다. 중간에 밥은 해결하였으나 밥값은 아직 부족하였고, 장시간 고스톱에 빠지다 보니 잃은 사람들의 요구도 있어 쉽게 자리를 마칠 수가 없었다. 미사시간이 되었다고 정대모(바오로)씨가 재촉하여도 일어설 줄 모르고, 레지오 시간이 다 되어도 일어나는 사람이 없었다.

그 당시, 박해준 신부님은 이 골치 아픈 레지오를 시작부터 마칠 때 까지 매주 같이 참석하면서 관리를 해 오셨는데, 그날 레지오에 나타난 사람은 정대모(바오로) 혼자뿐이었다. 당연히 신부님께서는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고, 친절한 정대모씨는 정직하게 국제라사에서 고스톱치고 있다고 보고하였다. 누군가 고!라고 외치는 순간 문이 덜컥 열리면서 화가 머리 끝가지 나서 얼굴까지 창백한 신부님이 우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혼비백산한 우리는 사제관까지 따라가서 손이야 발이야 열심히 빌어서 겨우 용서를 받았다.

아! 옛날이여!


야사(3) 사랑의 세레나데

증거자들의 모후 창단시 나는 회계를 맡았다. 이 당시 회계는 비밀헌금 관리 외에 고스톱 데라 관리도 해야 하는 막중한 직책이다. 그런데 그 보다 더 곤혹스러운 것은 주회 시 사용하는 꽃은  레지오 마다 따로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매주 똑 같은 꽃을 사올 수도 없고, 꽃을 고르는 것이 여자들 반찬장만 하기 보다 더 어렵다. 꽃의 양이나 많으면 꽃집 주인에게 부탁하면 되겠지만, 겨우 몇 송이를 사는 것이 전부인데 부탁할 수도 없고…….
주회 날자가 다가오는 게, 없는 사람 끼니 다가오는 것보다 더 빨리 다가온다.

당시 나의 나이는 30세 정도였으니 젊은 편이었다. 하루는 꽃집 여주인이 넌지시 물어본다. 총각이냐고? 왜 그러시냐고 되물었더니, 이런 미남 총각한테 매 주일 꽃을 받는 아가씨는 얼마나 행복할까 궁금해서 물어본다는 것이다.

나는 신중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조용히 대답하였다.

“너무나 아름다운 처녀라서 아직 사랑한단 말도 못해보았습니다.”


야사(4) 버선발로 반기리다.

증거자들의 모후 Pr에도 위기는 있었으니, 두 사람만 주회를 하는 때가 빈번하던 시기이다. 정대모씨와 조임파 부부가 이 어렵고 고달픈 레지오를 이끌고 가던 시절이었다. 그 많던 단원들은 다 어디가고 두 분만 남았는가?

성당에서 한자리 한다는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바빠서, 시간이 없어서, 사정이 여의치 못해서. 다 맞는 말이다.
나도 이 달콤한 유혹에 빠져서 이들의 대열에 합류하였고, 한번 두 번 빠지다 보니 레지오를 하지 않는 것이 더 편하고, 활동보고, 결석 등에 대한 부담이나 해명도 필요 없고, 그렇다고 성당에서 나를 멸시하는 사람도 없고, 이 얼마나 편한 선택이었는가?

그러나 그것이 정답은 아니었다. 신앙은 육신을 편하게 하기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육신이 고달파도 영혼을 구원하기 위하여 신앙은 필요한 것이다.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하여 나는 미안한 표정을 지으면서 증거자들의 모후 회합실에 들어갔다. 갑자기 박수소리가 들리고 얼떨떨하게 서 있는 나에게 조임파씨가 큰 절을 올리는 것이 아닌가?

혼비백산한 나는 같이 바닥에 엎드리면서 다시는 농땡이 치지 않는 훌륭한 레지오단원이 되어 이 분들을 실망시키지 않으리라 결심하였다.

하늘에 계신 조 임파 자매님!
열심히 레지오 활동하고 있으니 여기 걱정은 마시고 영원한 안식을 누리소서!!


야사(5) 첫 레지오 장

초창기의 어렵고 복잡하던 시절이 지나고, 증거자들의 모후 Pr이 안정기를 맞이한 것은 정대모, 조임파 부부의 공로라 생각된다. 이 두 분의 신앙심은 존경을 넘어 경이로울 정도이다. 둘째 아들의 대학입학문제, 성물부 문제 등등 인간적인 어려움이 계속 덮쳐도, 굵은 눈물방울은 뚝뚝 흘릴지라도 남을 원망하는 것은 보지 못했다. 언제나 하느님을 의지하며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는 이들 부부는 영원한 나의 신앙선생이었다.  

어느 날, 우리 레지오의 영원한 어머니 역할을 꾸준히 해오던 임파자매가 쓰러졌다. 밥솥 뚜껑을 열고 삽자성호를 밥 위에 긋고는 한 주걱도 퍼 보지도 못하고 그렇게 저세상으로 갔다. 사람들은 법 없이도 살아갈 이 순박한 증거자의 어머니를 잃은 충격에서 헤어 나오기 힘들었다.  

신부님께 허락을 얻어서 레지오 장을 하기로 하였지만, 처음이라 절차도 형식도 모른 상태였다. 마지막 장례미사 때, 눈물을 흘리면서 조사를 읽었던 기억이 새롭다.

외로운 정대모(바오로)씨는 짝 잃은 외기러기처럼 그렇게 힘없이 지내다가 6개월이 채 되지 않아 임파 씨를 따라 하늘나라로 갔으니 이 얼마나 천생연분인지?
마지막 가기 전, 적십자 병원의 외로운 병실에서 나에게 안녕을 고하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새롭다.

주님! 이 두 분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야사(6) 대단한 Pr 단장선출

2001년 12월, 증거자들의 모후 Pr 단원들은 비장한 각오로 전라도 화순 콘도에 여장을 풀었다. 저녁 식사 후에도 사람들은 여행의 들뜬 기쁨을 나타내지 않고 심각하게 서로 바라보고 있었다.

“맨 정신에 말하기 어려우니 술이라도 한잔 하면서 이야기 하지요.”

나의 제의에  긴장하고 있던 단원들은 갑자기 회를 친다, 안주를 장만한다, 부산하게 움직였지만 말은 아끼고 있었다.  술이 몇 잔 들어가고 나서야  나는 어렵게 말을 꺼내기 시작하였다.

“제가 본당회장으로 당선되어 레지오 단장을 계속 맡기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후임단장을 선출해 주시죠.”

단원들은 미리 알고 각오는 되어 있었지만, 선뜻 결정하기 어려워하였다. 단장이 결정되면 연쇄적으로 부단장, 서기, 회계가 결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첫마디부터 잘 풀리지 않는다. 복잡한 이야기가 난무하고, 또다시 건배소리 우렁차고, 그다음 이야기는 원점으로 돌아가고, 또다시 건배소리 우렁차고.........
그러는 동안 술에 지쳐 쓰러지지는 단원, 혀가 꼬부라지는 단원을 다잡아가면서 드디어 새벽 2시에 증거자들의 모후 간부진이 구성되었으니.......

새벽 2시가 넘어 축하식을 하기 위하여 호기롭게 2차 노래방을 향하였으나, 그때까지 가게 문을 열어둔 술집이 없었다. 밤이 깊어오는 시골길을 걸어서 돌아오는 우리 단원들에게 주님의 축복이 별빛처럼 쏟아졌다.


야사(7) 겁 없는 단원들

한 때, 우리 레지오는 친목회라는 미명하에 1박 2일 합숙을 자주하였다.
2차 주회로는 부족한 대화의 장을 연다는 목적도 있었고, 허리띠 풀어놓고 마음껏 술을 퍼마셔보자는 호기도 있었겠다. 새벽 3시가 넘으면, 드디어 모든 단원들은 수준이 똑같아지고, 체면도, 지위도, 인간성까지 모두 같아지는 황홀한 시간으로 몰입하고 만다. 이러한 시간들이 좋아서 기회만 있으면, 가방을 챙겨들고 내달리곤 하였다.

어느 해인가 겨울이 깊은 날이었다. 밤새워가면서 이야기꽃을 피웠던 다음날 아침. 지리산 자락에는 하얀 눈이 세상을 아름답게 채색하였다. 비는 소리부터 온다고 했지만, 눈은 소리없는 아름다움으로 우리에게 나타난다. 우리가 모르고 있던 그 시간에 하느님은 부지런히 우리에게 선물을 장만해 주셨던 것이다. 새로운 세상에 들뜨고, 호기와 최면에 걸린 우리들은 오기를 발동하여 눈 덮인 지리산을 정복하자고 용기 있게 떠들었겠다. 입산통제의 가로지기 나무를 치우고, 4륜 구동 코란도만 믿고, 무려 7명이 한 차에 타고 지리산 노고단을 향해 조심스럽게 올라가기 시작하였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누가 말했던가?
아무도 스쳐가지 않았던 이 전인미답의 처녀지를 겁도 없는 증거자들의 모후 Pr이 최초로 달려 나간다. 후에 이 행동이 얼마나 위험한 일이었는지는 성삼재에 도착하고서 알 수 있었다. 아무튼 우리는 하느님이 만들어 주신 아름다움에 흠뻑 취하여 철없는 아이처럼, 눈 맞은 강아지처럼 정신없이 놀다 왔으니......,

때로는 겁 없는 사람이 행복할 때도 있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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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윤규(파스칼) 2007.07.10 20:32
    음..! 읽고보니 재미 있네요..!*^^*;; 레지오 단원으로 등록 한지 얼마 되지 않아 여러 선배 단원들꺼서 걸어 오신 길이 어떠 했는지 잘 알지 못하지만 이런 비하인스토리도 있네요..! 재미 있게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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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재곤(요아킴) 2007.07.11 00:40
    추억이 있는 레지오 단원은 행복한 단원입니다. 그렇지만 그것을 어떻게 다 생각하고 있었습니까?
    그 쁘레시디움 세상 끝날까지 지키기 바랍니다.
  • ?
    김형진(레오) 2007.07.11 08:41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연인지 모르지만, 태평 증거자들의 모후Pr은 설립이후, 5-6개의 Pr이 분가해 나갔지만, 저는 한번도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단원을 나누는 비밀투표를 하여도 늘 남게 되었습니다. 27년 전 창단시에 회계를 맡았는데, 공교롭게도 금년 초에 다시 회계를 맡고 있는 것도 감회가 새롭고, 창단단원 중, 유일하게 저만 남아있는 것도 저에게는 자랑이지요.

    이곳은 공식적인 문서를 만들어 보고하는 자리가 아니니까, 각 Pr 별로 재미있는 이야기나, 사진 등을 올려서 공유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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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일 (프란치스코) 2007.09.20 11:22
    레오 형제님 글로서 만나니 더 반갑네요.
    대구 신부님 특강때 만나서 차 까지 한 잔 했었는데 지금에서야 보게됐습니다.
    문집을 내셔도 될만큼 재미있는 얘기네요.
    좋은 추억을 많이 간직하고 계셔서 행복하시겠습니다.
    건강하십시오.
  • ?
    김형진(레오) 2007.09.23 13:50
    박종일 단장님!
    늘 친절하시고, 늘 밝은 모습을 간직한 아름다운 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레지아 단장님이라는 사실은 그저께 알았습니다. 이렇게 교구의 거물들은 제가 잘 모르거든요. ㅎㅎ
    아무튼 힘들고 고되시겠지만, 부하들이 많은 만큼 책무가 막중하고 보람도 있을 것입니다.
    주님의 축복이 단장님 주위에 늘 머무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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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평 증거자들의 모후 야사(野史) 5 file 김형진(레오)2007.07.033936
1223 태평 증거자들의 모후 Pr 단합대회 후기 2 김형진(레오)2007.02.073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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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감사합니다 황국일(모세)2005.02.033122
1220 1000차 주회,,, 축하해 주세요. 4 강동주2005.05.252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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