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 증거자들의 모후 Pr 단합대회 후기

by 김형진(레오)posted Feb 07,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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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 증거자들의 모후 Pr 단합대회가 신부님의 당부와 축복을 받고 10명이 출발하였다.
회장연수 때문에 사목회장이 빠지고, 염요한 어르신이 장거리 여행이 어렵다고 해서 빠진 것이 아쉽지만, 목적지는 화순 콘도이다. 섬진강 휴게소에서 시간의 여유를 확인한 우리들은 낙안읍성으로 방향을 돌린다.
동동주와 파전에다 손 두부까지 맛을 보고, 동헌에서는 우리의 모든 죄를 다 뒤집어 쓴 루까가 원님 앞에 엎드린다.

고속도로냐 국도냐?
단장의 힘에 눌려 국도를 택하여 화순을 향한다. 날이 어둑해지고, 그 흔한 내비게이션 하나 없이 우리는 달린다.
1호차 선장은 단장이고, 2호자 선장은 부단장이다. 나? 2호차의 조수이다.
길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고, 1호차의 자세가 불안하다. 속도를 늦출 때 마다, 브레이크를 밟을 때 마다,
유턴을 하여 왔던 길을 되돌릴 때 마다  2호차에서는 실실 웃기 시작한다. 지도자의 능력에 반기를 들기 시작하는 조짐이다.
중간 중간 차를 세우고 묻고 달리고, 또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오고, 그러다가 화순읍에 도착했다.
말이 화순 콘도이지 화순읍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이곳의 촌로들은 온천은 아는데 콘도는 모르는 사람들이다.
“이리 쭉 가시면 됩니다. “
한국식 길 가르쳐 주는 방법이다. 드디어 2호차가 기회를 잡았다. 선두를 빼앗은 것이다.
2호차의 분위기는 축제분위기다. 지도자로 쿠데타를 성공한 것이다.
우리는 자신 있게 달린다. 차안의 5명은 이 지휘권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눈을 부릅뜨고, 이정표에 집중한다.
그리고는 자만심에 차서 떠든다.

“예를 들면 원문고개에서 도남동 유람선 터미널까지 가는데, 쉽게 말해서 북신동에서 산복도로로 가지 않고,
평림으로 돌아가는 격이지…….
그래도 통영대교를 넘으면 바로 가야하는데 지나가는 사람에게 잘 못 물어 보다가 다시 산양면을 돌아가는 기라……. ㅋㅋ 우리가…….”

이 교만은 어디서 왔을까?
사실 우리가 주도권을 잡았을 때는 거의 도착지점에 다 왔을 때이다.
앞에 사람들이 고생고생하면서 개척해 놓은 결과를 가지고 쉽게 찾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대도 잘난 척하며 희희낙락 하는 2호차의 건방짐은 어디에서 왔을까?

구시몬과 이말따 부부가 정성스럽게 장만하여 빨랑카 해준 세 가지 종류의 회를 맛있게 먹고, 술에 취해 분위기에 취해 우리는 즐겁고 유쾌한 밤을 지세우고 있었다.
술이 과하게 취한 루까에게 시끄럽게 고스톱을 친다고 엄청 꾸지람을 들어가면서…….

이튿날, 온천욕 후, 기분 좋게 광주 무등산으로 출발하려는 우리에게 비상이 걸렸다.
아침 일찍 순창에 있는 여동생에게 고집을 부리며 떠났던 루까에게 걸려온 전화 때문이었다.
순창 가는 국도변에 혼자 있으니 데리러 오라는 통보였다.

옥과, 담양으로 가는 방향을 잘못 잡고 반대방향으로 달리다가, 또 다시 유턴을 하는 사이 2호차는 어제에 이어 지도력을 다시 잡았다. 2호차는 자신 있게 내달린다. 중간에서 남의 차를 얻어 타고 돌아오는 루카를 2호차에 담아 싣고, 늦은 아침 식사 후에 우리는 담양으로 내달린다.

죽녹원의 음이온 대밭을 걷기도 하고, 강가에 놀고 있는 오리와 친구하기도 하고,
이렇게 10명의 대군은 봄날처럼 좋은 날씨를 만끽하면서 레지오 단합대회를 즐긴다.
돌아오는 길, 담양 IC는 88고속도로이기 때문에 광주 쪽으로 내려오다가,
분기점에서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진주 쪽으로 와야 한다. 의기양양하던 우리는 분기점을 놓쳐버리고 동광주까지 가고 말았다. 톨게이트의 아가씨에게 물어본 결과 다시 고속도로를 재 진입하여 분기점에서 순천방향으로 가야한다는 말을 들었다.
뒤따라오던 1호차의 단장이 바로 옆의 톨케이트에서 창문을 열고 우리들을 향하여 씨익 웃음을 보인다.
그리고는 되돌아오는 고속도로에서 그동안 빼앗겼던 지휘권을 자축이라도 하는 듯 150Km 이상의 속력으로 달아난다.

다시 섬진강 휴게소, 1호차의 조수인 서기 류 베드로씨가 결정타를 날린다.
“순천방향이라는 한글을 읽을 줄 모릅니까?”
아! 마지막 치명적인 허점과 실수를 보인 우리는 기죽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다음부터는 죽기 살기로 뒤따를 수밖에……. 결국 우리는 1호차가 될 수 없었다.

교만이 화를 부른다. 유리한 입지에 있다고 자만해서도 안 된다.
지도자는 어려움에 봉착할 수도 있다. 격려하고 용기를 주어야함에도 불구하고, 평가하고 분석하고,
잘잘못을 따지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음인가?
내가 지도자가 되었을 때, 얼마나 더 많이 생각하고, 연구하고, 조심스러워지는가?
그래도 실수는 있기 마련이고, 나의 실수로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괜한 고생을 하는가를 실감한 단합대회였다고 할까?
돌아오는 길에 안정사 아래 뜨끈뜨끈한 뒷방에서 옻닭 3마리를 가볍게 해치우고, 그렇게 우리는 통영으로 돌아왔다.

2007년 새해 벽두의 레지오 단합대회는 웃음과 친목과 단합이 버무려진 멋진 여행이었다. 과장된 표현이지만,
조그마한 교훈도 챙기고……. 염려해주시고, 빨랑카 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하느님이 축복이 내리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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