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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17 23:19

훈화1(월간지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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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밤하늘은 유난히 빛났습니다]


얼마 전에 ‘블러드 다이아몬드’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영원한 사랑을 상징하는 다이아몬드, 그러나 그 이면에는 아프리카의 처참한 현실이 숨어 있습니다.
순수함을 상징하는 다이아몬드, 그러나 그 이면에는 아프리카의 피로 얼룩진 죽음이 있습니다.
이 영화는 다이아몬드 뒤에 숨겨진 잔혹한 아프리카의 역사를 그린 영화로서 다이아몬드 밀거래를 둘러싸고 무기구입 자금을 마련하려는 반군과 다이아몬드 채취에 동원되어 착취당하는 주민들의 잔혹한 현실을 그린 영화입니다.
다이아몬드 광산을 차지하기 위해 정부군과 반군의 내전으로 수만 명이 희생되고 어린 아이들을 마약으로 조종하여
“정부군에 협조한 부모를 살해하라. 그렇지 않으면 너희들을 죽이겠다”고 패륜을 강요하는 현실,
“아프리카의 붉은 흙은 전쟁으로 말미암아 사람들이 흘린 피로 붉게 변했다”
“아프리카는 아직도 20만 명의 소년 군인들이 있다”는 대사와 자막은 제 마음을 무겁게 조였습니다.  
2006년 9월 아프리카 ‘앙골라’라는 나라에 갔었습니다. 물론 다이아몬드 원석을 구하려고 가지는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코끼리와 사자, 그리고 기린이나 하이에나 같은 동물들을 구경하기 위한 사파리 여행도 아니었습니다.
단지 소박한 꿈을 가지고 앙골라를 향했습니다. 그곳에 작은 학교나 고아원을 건립하려는 꿈이었습니다.
아프리카에는 고아들이 많이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아프리카에는 굶어 죽어가는 아이들이 수천, 수만 명이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이 처참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글을 여러 책에서 여러 번 읽었습니다.
이렇게 듣고 읽었던 내용들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확인하여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지를 결정하고 싶어서였습니다.  
가는 길은 어렵고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좋은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여러 명 만났습니다.
살아가는 모습도 참혹하게 보였습니다. 그러나 훌륭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스페인 국적을 포기하고 앙골라에 귀화하여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수녀님들,
고개가 절로 숙여지는 숭고한 사랑을 보았습니다.
앙골라의 수도 루완다(Luanda)에서 굶주린 배를 채워보려고 닭처럼 그리고 개처럼 쓰레기더미를 파헤치는 어린이들을 보았습니다. 고약한 냄새 때문에 숨을 쉴 수 없는, 아무리 찾아보아도 먹을 것이 없을 것 같은 쓰레기더미, 그런데 그곳에서 먹을 것은 찾지 못하고 갓난아기를 찾았습니다.
어떻게 부모가 자식을 쓰레기더미에 내버릴 수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어떻게 인간이 짐승 같은 행동을 하느냐고. 그러나 그 방법이 먹을 것이 없어 죽어가는 아기를 살리는 길이요, 그 방법이 가족 모두가 살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 뿐이었습니다.

쓰레기더미 근처에는 메리세다리아스 수녀들이 운영하는 고아원에 300여 명의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스물두 살 먹었지만 손과 발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여자아이, 아이들이 쓰레기더미에서 먹을 것을 찾다가 발견한 생후 1년밖에 되지 않은 아이, 27년이라는 내전의 후유증으로 이상한 행동을 하고 있는 정말 불쌍한 아이들…. 차마 눈뜨고는 볼 수 없는 앙골라의 참혹한 현실이 있었습니다.
가슴이 아파서 하늘을 쳐다보았습니다. 구름으로 뒤덮인 하늘에는 새들이 평화롭게 날고 있었습니다.
칠흑같은 밤하늘에 별들은 유난히도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비록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있지만 순박한 아이들의 마음은 밤하늘의 별들처럼 아름다운 꿈을 꾸고 있었습니다. 비록 가진 것이 없어 가련하게 보였지만 아이들의 눈은 내일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눈에는 설움이 가득히 고여 있었지만 결코 절망하지 않고, 힘에 겨워 지쳐있었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으며,
우수에 잠겨있었지만 결코 슬퍼하지 않았습니다.
아프리카는 어두운 나라, 메마른 나라, 죽음의 나라가 아닙니다.
꿈이 있는 나라요, 희망이 있는 나라입니다. 그곳에는 꿈을,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는 아이들이 살고 있습니다.
가난하지만 욕심을 내지 않은 아이들, 원망하지 않는 아이들, 부끄러워하지 않는 아이들, 슬퍼하지 않고 희망을 잃지 않고 있는 아이들. 그 아이들이 어두운 밤에 유난히도 반짝이는 작은 별들입니다.
별을 바라보는 마음은 사랑의 마음, 부유한 마음입니다. 아프리카의 밤하늘은 유난히도 어두웠습니다.
그러나 별들이 유난히도 빛났습니다.

_김양회·요한보스코 신부(광주Se. 지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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